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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 정은궐 장편소설(로맨스 역사소설)

로설마니아 2016. 12. 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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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공주 보아라.

지금 네가 걸어가고 있는 길은 열네 살의 어린 여인이 부모와 오라비,

그리고 정혼자를 두고 죽은 자가 되어, 천한 신분이 되어

울며 갔던 길이다. 혹여 너의 아기를 두고 가는 슬픔을 느끼느냐?

고작 한 달간의 정으로 느끼는 슬픔의 양이 얼마이냐? 너로 인해

십사 년 정을 쌓은 자식을 잃은 너의 시부와 시모, 그리고 지아비의

슬픔은 지금 네가 느끼는 슬픔보다 얼마나 더 컸을지 헤아려보아라.

너의 죄로 인해, 그리고 죄를 벌하느라 내리는 벌로 인해, 너는 네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두 번 죽였음을 잊지 말아라. 아무리 힘들어도

네 삶을 포기하지도 말아라. 그리 한다면 넌 네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세 번 죽이게 될 것이다. 죄를 씻고자 한다면 부디 삶으로

용서를 구해라.

 

  오라비, 이훤

 

                                  정은궐 장편소설 [해를 품은 달] 下편 중에서



(2010년도에 쓴 리뷰입니다^^;)


정은궐 작품 해를 품은 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해를 품은 달을 읽고 새로운 세상을 접한 듯 기분이 묘하달까.

18세기 영,미문학 소설을 즐겨 보다가 16세기 조선을 보게 되니 비슷하면서 독특한 맛이랄까

상상력으로 덧 붙여진 이야기일뿐인데 나의 상상력 마져도 극대화시키는 이 힘은 어디에서 오는건지...

 

로맨스소설을 열심히 읽는 친구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마음 알아버렸고 그렇게 되어버려 그때 왜 이해해 주지 못 했는지 미안할정도이다. 하하 ^^

 

개인적인 생각으로 난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는 첫 관문이 있기 마련이고 그 첫 작품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어릴적부터 책 읽기 보다는 상상력으로 놀기 좋아하고 혼잣말하기 좋아하는 내성적인 아이였고

머리도 썩 좋은 편도 아니고 영민하지도 지혜롭지도 못하였다.

그래도 노력하면 사람도 변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쉽지만은 않구나 알아가고 있을 뿐이다.

 

내가 처음 읽기를 마음먹게 한 책이 파란 눈의 현각스님이 쓴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였다.

그 책을 다시보면 그때 그 기분이 될지 알수는 없지만 그때 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저 파란 눈의 외국인이 한국에서 출가를 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나에게 어떤 에너지를 넣어 준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뒤로 선의 나침반과 스님들이 쓴 다른 여러 책을 읽었었다.

되도록이면 좋은 양서만을 읽으려고 노력했던것 같다.

교육적인거나 자기개발서적이거나 정보만을 습득할 만한 것 들을 읽었지만

양서만 골라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완독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순간 읽는 시늉만 하고 있더라는 걸 내가 알기도 했다.

 

아주 고민에 빠져드는 때에 책이 나를 위로해 주던 때가 있었고 그때는 참 책이 고맙게 여겨졌었다.

만들어진 이야기에 내가 어떻게 동화가 될까 싶었는데....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내가 되고 너가 되어서 꼬이고 엉켰던 것들을 풀어내다 보면

나 또한 얽히고 설킨 것들이 풀어져 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가지 다행인것은 나는 처음에 좋은 책이라 소문이 났던 문학소설 위주로 읽었던 점이고

차차 좋은 작품은 이런것일까 생각하게 된 점이다.

 

그리고 이번 해를 품은 달을 보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던 점인데...

첫 관문, 첫 작품이 이 책이어서 내가 다른 어떤걸 보더라도 역시 기준이 되어줄것이라 여겨 마음이 놓이기까지 한다.

처음부터 자극적이기만 한 그저그런 책으로 기준이 되어버리면 내 기준도 그저그런 편협한 꼴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깐...

 

유명하고 대단하고 아주 먼 그런 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감흥하고 감동받으면 그것은 그것대로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책을 두루두루 섭렵하기를 나 또한 바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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